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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톨스토이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침식사 중 식탁에 책이 한 권 보여서 들춰보았습니다.

누가 보려고 가져다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톨스토이 단편집 모음이었습니다.

 

어떠한 책인가 하여 책 앞뒤를 스캔하여 봅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전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5가지 지혜

 

하나. 천사 미하일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울. 욕심쟁이 농부가 들려주는 소유 이야기 <사람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

세엣. 지혜로운 바보가 들려주는 행복 이야기 <바보 이반 이야기>

네엣. 두 순례자가 들려주는 베풂 이야기 <두 노인>

다섯. 구두장이 마르틴이 들려 주는 나눔 이야기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 니니>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간다


 

책 앞면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묻고 뒷면에는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간다라고 대답하네요.

사람이 어떻게 사랑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해져서 책장을 한 장씩 넘겨 보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스포가 있습니다. 


집도 절도 없는 구두장이 세묜은 얼마 되지 않는 수입이 가족들 식비로 모두 지출되어버리는 우울한 가장입니다.

한 벌뿐인 외투를 아내와 번갈아 입는 상황이라 올해는 꼭 롱 패딩을 입어보겠다 다짐한 그는 돼지저금통을 깨서 나온 돈과 그간 밀린 외상값들을 회수하여 마트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빌린 돈은 갚지 마라>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농부들은 세묜에게 당연히 돈을 갚지 않고 푼돈만 던져주고 맙니다.

마트로 간 세묜은 카드 한도가 초과되어 롱 패딩을 사지 못했고 속상한 마음에 농부의 아내가 던져준 푼돈으로 막걸리를 한 사발 해버립니다.

 

술기운에 얼큰하게 달아오는 세묜은 집으로 향하는 길에 교회 벽에 알몸으로 기대어 앉아있는 남자를 보게 됩니다. 이상한 남자와 엮여 괜히 고생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남자를 무시하고 집으로 가려고 하던 세묜은 갑자기 길에 멈춰 섭니다. 그래도 그냥 가는 건 아니지 하며 남자에게 다가선 세묜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호구조사를 했으나 그 남자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가출청소년을 집으로 데리고 간 세묜은 내일 먹을 빵을 걱정하던 아내 마트료나에게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습니다. 쇼핑할 돈으로 웬 건달 놈과 술퍼 마신 것도 모자라 집까지 쳐들어오냐고 역성을 내는 아내에게 세묜은 차분이 말합니다. 밥이나 달라고.....

 

삽화 그린신 분이 김무연 님이라고 하시는 데 정말 리얼하게 표현하셨습니다.

한동안 역성을 내던 마트료나가 잠시 진정을 하자 세묜은 상황설명을 하고 당신에게는 하나님이 없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마트료나는 내일 먹으려고 했던 마지막 빵을 그에게 건네고 청년은 처음으로 미소를 보입니다.

 

자신을 미하엘이라고 밝힌 청년은 세묜 밑에서 구두장이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던 미하엘은 1년 정도가 지나자 세묜 보다 실력이 좋은 구두장이가 되었습니다. 그 소문이 퍼져서 세묜의 수입은 전보다 늘어나게 됩니다.

 

어느 날 세묜의 집에 키가 엄청 큰 부자가 찾아오게 됩니다. 최고급 독일 가죽을 가지고 온 그는 세묜에게 1년 동안 품질이 유지되는 장화의 제작 의뢰를 하게 됩니다. 1년 안에 장화가 비틀어지거나 찢어지게 된다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테니 자신이 있으면 일을 받으라고 합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세묜은 덜컥 겁이 나서 미하일에게 상의를 하고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여 일을 받으라고 합니다. 미하일은 그 신사를 보고 미소를 보입니다. 이것은 그가 보인 두 번째 미소입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부자 신사가 원하는 품질의 장화를 만들 수 없었던 세묜은 미하엘에게 작업지시를 내립니다. 미하엘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연봉협상을 제안하게 되는데 오갈 데 없던 너를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까지 가르쳐준 대가가 이런 거냐고 역정을 내는 세묜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그 신사가 준 고급 독일 가죽으로 덧신을 만들어 버립니다.

 

작업 결과를 보고 대로한 세묜이 말합니다.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는 거야?"

라고 화를 내자 미하엘이 대답합니다.

"물론 알지요. 요새 장화 신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요사이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덧신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언제까지 경쟁력 없는 구두나 장화만 만들어야 하나요? 이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궁지에 몰린 세묜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가 오픈마켓에서 가죽장화를 주문하였습니다. 며칠 뒤 부자 신사가 찾아와 주문한 장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오오. 아주 훌륭해. 모양도 좋고 한 땀 한땀 정교한 바느질이 아주 촘촘하고 튼튼해 보이는군"

매우 만족한 신사는 흡족한 마음으로 값을 치르고 가게 문을 열고 떠났습니다.

 

"잠깐만요!"

후진하는 마차를 막고 서있는 이는 두 손에 덧신을 끼고 있던 미하엘이었습니다.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그 장화는 그 독일 가죽으로 만든 장화가 아니고 오픈마켓에서 주문한 중국산 장화입니다"

부자 신사는 한동안 넋이 빠진 얼굴로 미하엘을 바라보았습니다.

"오오. 아주 정직한 청년이군. 그런데 그 덧신은 무엇인가?"

미하엘은 덧신을 손에서 빼서 신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것은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실내에서 신는 덧신입니다. 최고급 독일산 가죽 소재로 열선/통풍/마사지 기능이 있어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모두 착용 가능합니다."

미하엘의 말에 깜짝 놀란 신사는 덧신을 받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입을 열었습니다.

"오오. 이런 덧신이 있다니. 내가 이 덧신을 판매해 볼 테니 자네가 제작을 맡아줄 수 있나?"

미하엘은 신사의 말을 듣고 며칠만 생각을 해보겠다며 다시 가게로 돌아갔다.

 

덧신을 들고 뛰쳐나가던 순간부터 미하엘을 지켜보던 세묜이 말했다

"님 해고예요. 당장 나가 주세요"

미하엘은 담담히 대답했다.

"사장님 고용계약서 작성도 안 하시고 주휴수당도 안 주시고 1주일 내내 부려먹으셨잖아요. 그리고 퇴사시키시려면 한 달 전에 말씀을 주셔야 하는 거예요. 저 지금 나가면 노동청으로 직행하려고 합니다."

세묜은 뜨끔하며 말했다 

"아니 아니. 뭐 내가 잠깐 흥분을 해서 말이 잘 못 나왔네.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해보세."

 

세묜과 미하엘은 마주 앉아 그동안의 오해를 풀려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그동안 미하엘이 담고 있던 서운함을 세묜이 많은 부분 이해해 주었고 미하엘도 자신의 광폭한 행보를 세묜에게 사과하였다. 그 둘은 더 이상 갑과 을의 관계에 머물지 않고 동등한 사업자로서 상생하기로 협력하였다.

 

이후 세묜은 미하엘이 제작한 제품들을 오픈마켓에 팔기 시작하여 엄청난 부를 획득하였고 미하엘은 부자 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덧신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신발 및 의류업계의 대표 비즈니스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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